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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

[유스콘23] 주니어 개발자를 위한 컨퍼런스, 2023년 유스콘 연사 회고

by 타태 2023. 10. 7.

 

7월 초 어느 날 넥스트스텝 ATDD 강의 슬랙 채널에 유스콘 23 연사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유스콘은 어쩌다 2021년도에 알게 되었는데 발표할 기회를 얻고 싶어 하는 주니어 개발자에게 발표 자리를 마련해 주고 도움을 주는 행사 정도로 알고 있었다.

 

나름 나와 같은 환경에 놓인 사람들 중에서는 열심히 살아가며 제법 커리어 패스와 학습 방향을 잘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해온 노력 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이전에 선배와의 만남 때 했던 주제에 그동안의 경험을 더해서 발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모집 공고를 보자마자 약 5초 만에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이전에 국비교육 수강생들에게 개발은 직함이 아니라 문화라는 주제로 진행했던 내용

 

[MEET-UP]K-Digital training _ 선배와의 만남

2021.05.19 - [공부 기록] - K-Digital Training X Multi-Campus 수료 후기 K-Digital Training X Multi-Campus 수료 후기 2021.05.19 - [K-digital training X 멀티 캠퍼스/프로젝트] - 파이널 프로젝트 결과 파이널 프로젝트 결과 K

ktae23.tistory.com

 


 

연사로 선정되면 그때 생각하자! 하고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신청부터 했다.

기회는 문을 두드리며 오는 것이 아니라 손을 뻗어 취하는 사람에게 잡히는 법이니까.

 

며칠 뒤 연사로 선정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고 연사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며 발표를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중에 듣고 보니 내가 연사 신청을 첫 번째로 했다고 한다. 연사 모집 공지를 올리자마자 바로 신청했으니 그럴만하다.

 

유스콘 23에 대해서는 이 링크를 참고하자

 

YOUTHCON'23

유쾌한 스프링방에서 탄생한 유스콘은 👨‍🎓 젊은 개발자와 👨‍🏫 선배 개발자가 함께 가치 있는 기술에 관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콘퍼런스입니다. 여기서 발표하는 사람들을 잘 기억

frost-witch-afb.notion.site

 

원래 발표 일정은 7월 말이었어서 3주 정도만에 발표를 해야 했었다.

이전에 했던 내용에 살만 좀 붙이려고 했어서 금방 될 거라 생각해서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 큰 착각이었지만

 

유스콘은 발표자의 경험과 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발표 준비에 필요한 멘토 요청이 가능했다.

핸즈온을 권장하는 행사였기에 더욱 멘토 선정이 중요했는데, 나는 경험기 발표라 멘토가 필요할까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발표 내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나의 개발 인생에서의 터닝 포인트를 제공해 준 자바지기, 현재는 포비로 불리는 박재성 님을 요청하였다.

박재성 님은 현재 우아한형제들의 교육이사이면서 넥스트스텝의 대표이사이다.

 

다른 연사 분도 박재성 님을 요청했고 이야기하려는 주제가 내 경험이다 보니 멘토가 없더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기에 혼자 발표한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박재성님께서 흔쾌히 수락을 해주신 덕에 나에게 정말 큰 영향을 주신 박재성 님께 내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 있고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커리어 패스와 다른 학습 방법을 가지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 노력하게 된 계기는 전부 박재성 님 덕분이다.

너무나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에 우연히 유스콘 21을 알게 되고, 유스콘 덕에 유쾌한 스프링 방을 알게 되고, 유쾌한 스프링 방에서 넥스트스텝을 알게 되었으며 넥스트스텝에서 가장 저렴한 강의를 하나 수강하면서 내 개발 인생에서의 터닝 포인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유스콘23에서 경험기를 발표한다니 이 무슨 운명 같은 일인지..!

 

3주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멘토님을 직접 뵙고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결국은 예상된 결과인 듯이 발표 일정이 한 달 정도 밀리게 되었다.

그 덕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재성님께서 먼저 만나서 발표에 대한 피드백을 주신다고 제안해 주셔서 다른 멘티 연사분과 함께 선릉 테크살롱에서 만나 뵙고 준비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었다.

 


 

이미 한 번 이야기 해 본 내용이고, 내가 충분히 이해한 내용이라 달달 외운 수준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떨려서 제대로 말을 못 했다. 

준비한 스크립트에 코를 박고 그대로 읽기만 하는 데도 혼자 말하는 와중에 어색함을 느끼고 당황하고 별 감정이 다 들었었다.

 

발표의 내용이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 공감을 해줄까? 뭔가 이론적이고 공통적인 개념을 추상화하여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고민이었는데 재성님께서는 오히려 남들은 쉽게 할 수 없는 개인적인 경험이라서 더 가치 있고 울림이 있다고 해주셨다.

 

비슷한 연차의 다른 사람 들은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겪은 많은 고민과 경험, 그리고 그 두려움과 힘든 상황을 극복해 낸 열정과 노력, 그 끝에 찾아온 결실과 즐거움에 대해 더 자세히 더 개인적인 내용을 담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피드백을 주셨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이 있지 않았던가, 가장 개인적인 내용이 가장 대중적인 내용이 된다.

내 발표 리허설을 들은 다른 분들의 피드백도 비슷했다.

나라면 그런 환경에서 경태님처럼 못할 것 같다. 인상 깊게 들었고, 오랜 만에 잊었던 열정이 떠올랐다고 하셨다.

 

그래서 기존에는 좀 더 이론처럼 공통적인 내용을 담으려 했다면 이후에는 충분히 내 이야기와 개인적인 감정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어떠한 상황에 처했었고 얼마나 불안하고 괴로웠는지, 그때 어떤 고민과 노력을 했는지, 그 결과 얻어낸 성취와 기쁨에 대해 담고자 노력했다. 누구에게도 한적 없던 지난 시간의 감정과 노력,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니 벅차오르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이 행사를 총괄하며 많은 도움을 주신 박재성 님(a.k.a 작은 재성, 제이슨, 두두)님께서도 이 발표가 어떻게 보면 경태님의 일대기에 대한 기록이니 스스로에게도 의미 있는 기회이고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회고를 적으면서도 또 한 번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 위한 유스콘 운영진의 노력에 고마운 마음이 벅차오른다.

 


 

그렇게 발표를 준비하던 중 현장 리허설을 할 기회가 제공되어 발표 예정 장소에서 카메라 및 마이크를 포함한 리허설을 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반차를 내고 왔지만 오후에 참여해야 했던 면접 한건을 진행했고, 이후 발생한 트러블 슈팅을 하느라 5시간 동안 테크살롱의 한 회의실에서 나오질 못 했다.

 

왜 나 개빨짜는 햄보칼수가 없어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예정된 리허설을 할 수 있었고 2번의 리허설을 진행했지만 할 때마다 다른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울려퍼져 돌아오는 내 목소리를 듣는 경험은 생각보다 압도적이다.

아 실제로도 이러겠구나, 준비한 장표나 스크립트를 믿을 순 없겠구나 싶었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집중하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보조 도구로써 장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발표 당일이 되었고 최종 리허설을 위해 발표장에 모여 있을 때 만 해도 크게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어느덧 행사 시간이 다가오고 청중이 들어오면서부터 정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백여 명의 청중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구나. 그토록 원했던 순간이지만 도망치고 싶었다.

 

 

내 직전 발표자였던 이현호 님이 정말 정말 발표를 너무 잘하셔서 오히려 긴장이 풀렸다.

분위기가 좋아져 있으니 내가 어떻게 발표를 해도 다들 잘 들어주시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단상에 오르고 숨죽여 발표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고 인사와 함께 발표를 시작했다.

고맙게도 친형이 청중으로 와준 덕에 많은 의지가 되었다.

20분의 짧은 발표를 마치고 힘이 풀려서 2시간 정도를 내리 복도에 앉아서 다른 연사 분과 대화를 나누고 멍 때렸다.

이후로는 다른 발표자분들의 발표를 들으러 다녔는데 다들 너무 좋은 경험과 주제로 발표를 해주셔서 나 역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 시니어 개발자와의 시간이 제공되었는데, 직접 질문을 던지고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들어야 하는 앞선 모든 발표보다도 어쩌면 더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지 않았을까 싶다.

박재성(우아한형제들) / 김태일(부릉) / 심근우(LG유플러스) / 피로곰 (닉네임, a.k.a 모두의 프린터 개발자) / 박용권(당근마켓) / 이일민(April)

 

그렇게 발표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며 많은 분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긴장이 풀려서 오래 있지는 못하고 자리를 정리하는 대로 집에 와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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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간이 흘러 발표 회고를 위해 다시 한번 테크 살롱에서 모였다.

따로 회고를 일부러 하지 않았는데 회고를 위해 다시금 발표를 준비했던 시기를 돌아보니 그 당시 나는 너무 힘들고 지쳐있던 시기였다.

발표를 준비하면서도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나 스스로도 이런 생각에 회의감을 느끼는데 이게 맞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업무를 대하는 마음가짐의 작은 변화로 몰입을 얻고 오히려 좋다며 성장할 작은 기회만 있어도 포착하는 성장 전문가와 같던 내 이야기는 끝없는 자기 부정과 극도의 경계심과 함께 했기 때문에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발표를 마치고 청중 한 분이 따로 찾아와 이런 질문을 하셨었다.

 

"그렇게 노력하면 번아웃이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시나요? 힘들고 지칠 때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었다.

 

"그냥 하는 거죠 뭐. '이렇게까지 해가며 살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하며 힘들어서 혼자 눈물을 흘린 적도 있지만 그다음 날 '어쩌겠어 내가 서버 개발자인데'하며 출근해서 또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그랬습니다. 노력에 왕도가 없다고 하잖아요. 어쩔 땐 부모의 마음 같기도 하고 애증 같기도 해요. 아무리 내가 힘들어도 우리 서버 잘 되라고, 아프지 말라고 공부하고 챙겨주고 그러면서 제가 성장하는 그런 관계요."

 

마치 김연아처럼 멋있는 대답이라도 한 듯이 주제넘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난 이후로 유스콘 발표를 준비하며 얻은 즐거움과 비례할 수준의 번아웃이 온 탓에 약 2달간 많은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오래전 읽은 글이 생각나서 부끄러웠다.

 

 


 

테스트 코드를 먼저 작성하는 이유는 내가 작성한 코드와 코드의 배치에 대한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던가.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거나 피드백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테스트 코드가 없는 레거시 코드나 마찬가지란 생각을 했다.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둬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의 내 상태가 어떤지도 모른 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마음 가짐을 조금만 바꿔서 안 그래도 힘든 개발자 인생 좀 더 즐겁자고 말해놓고 번아웃이 와버렸고 그저 열심히만 하다 보면 뭐라도 되어 있지 않을까, 나를 알아봐 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개발자 시장에서의 내 매력은 그저 노력만으로 값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 발표를 하면서 개발자로서의 방향과 노력에 대한 피드백을 외부에서,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받을 수 있었고 그 덕에 스스로 또 한 번 성장을 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스콘을 통해 얻은 경험 중 발표 경험이나 그 과정에서의 성장보다도 단연코 유스콘 운영진과 다른 연사들을 만나서 교류 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 가장 좋았지 않았나 싶다.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했던 다방면에서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들이 한가득 모인 곳에 앉아 있자니 마치 나도 그들이 이룬 성과를 해낼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자신감이 들었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현실로 느껴졌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행복했기에, 돌아보니 내가 그때 힘들었었구나 깨달을 수 있던 게 아닐까 싶다.

 

프로그래밍을 즐기는 개발자가 되기를.

 


 

유스콘은 청중이 아닌 발표자를 위한 행사이다.

내 이야기를 하라고 도와주고 이를 위해 청중을 준비해 주는 거꾸로 된 행사인 것이다.

 

유스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이처럼 쉽게 얻을 수 있을까?

많이 배우고 얻어가라며 멘토, 리허설과 피드백, 행사장, 홍보, 청중 등 모든 걸 준비해 주는, 그것도 운영진이 사비를 지출해 가며 하는 비영리 행사가 또 어딨을까.

나는 개발 자체보다도 서로의 성장과 생태계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런 개발자들의 문화가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나 역시 이러한 영향력을 내 위치에서 전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던 것이기에, 그동안 한 선택들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지난 2년간의 고민들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만 같은 깊은 울림과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유스콘은 발표를 해야만 스태프가 되어 행사 준비를 도울 수 있고 한번 발표한 사람은 다시 발표를 할 수 없는 졸업제라고 한다.

 

만일 유스콘의 취지에 공감하거나 이 글을 읽고 같은 울림을 느끼고 싶어졌다면 내년 어느날 연사 모집 공지가 올라올 때 지원해 보길 바란다.

그땐 스태프 중 한 명으로 참여하여 당신을 돕고 있을 테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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